루돌로지언, 내러톨로지언
유럽 게임계의 정보를 기웃거리면 재미있는 정보를 얻을 때가 있다. 영화에서의 누벨바그도 그렇고 유럽은 대상을 매우 분석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운을 무작위 입력과 무작위 출력으로 나누려는 시도가 매우 흥미로웠다. 하나 더 흥미로웠던 정보는 게임학에서 루돌로지, 내러톨로지의 대립이다.
정보를 더 기웃거리면 내러톨로지는 게임을 하나의 문화 텍스트로 규정하고, 텍스트를 구성하는 ‘서사’에 관한 분석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루돌로지는 게이머들의 쾌락에 더 집중한다고 한다. 흘려흘려 듣다보면 이 논쟁은 결국 루돌로지의 판정승으로 끝났다고 전해진다.
게임학에서의 논쟁은 끝났다지만 위와 같은 구분이 흥미로웠다. 실제로 게이머들 중에 플레이를 중시하는 쪽과 이야기를 중시하는 쪽으로 나눠지는 느낌이다. 게임의 플레이를 중요시 하는 사람은 루돌로지언, 이야기를 중요시하는 사람은 내러톨로지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필요성
논쟁의 끝은 2000년대라 알려져있다. 하지만 그 후의 게임계는 변화했다. 언차티드 2와 위처, 발더스 게이트의 올해의 게임상 수상, 언더테일의 출시 등 과거보다는 이야기의 중요성이 큰 게임이 고평가받고 있다. 지금 다시 논쟁을 펼친다면 내러톨로지가 이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생각한다.
결과적으로는 게임에서의 이야기가 필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해보자면 이야기는 게임에서의 전투 시스템, 멀티 플레이와 비슷하다. 전투 시스템이 없는 게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없는 게임이 분명히 존재하며, 그렇기에 게임은 전투 시스템을 전하기 위한 요소라고 하지 않는다.
멀티플레이는 이야기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날이 갈수록 멀티 플레이의 중요성도 늘어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멀티 플레이가 안되면 게임이 아닌 것은 아니다. 여전히 멀티 플레이가 없는 게임이 존재하며, 게임이 멀티 플레이를 위한 요소라고 하지도 않는다.
또한 이야기의 경우 몰라도 진행이 막히지는 않는다. 그 예로는 벽돌깨기의 이야기가 해당된다. 벽돌 깨기는 죄수들이 탈옥하기 위해 벽을 깬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이를 모르더라도 게임을 진행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야기의 중요성
그렇다면 이야기의 중요성은 왜 올라가고 있을까? 멀티 플레이의 경우 원래 함께 놀이하는게 재미있다. 과거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기술적으로도 가능해졌다. 그렇기에 멀티플레이의 중요성은 올라갔다. 이야기의 중요성 또한 올라가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이유로 추측한다.
우선 이야기를 통해 차별화가 가능하다. 오늘날은 수많은 게임이 제작되고 출시되고 있다. 당연히 비슷비슷한 게임도 많을 것이다. 그 사이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수단은 그래픽, 사운드 등이 있다. 이야기도 차별화할 수 있는 한 가지 수단이기에 중요도가 올라갔을 것이다.
둘째로 게임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몰입 이론을 거칠게 요약하면 “재미를 위해서는 적당히 어려워야 한다”이다. 너무 어려우면 포기하며, 너무 쉬우면 지루해한다. 오늘 날의 게임은 과거보다 많이 복잡해졌다. 그를 대표하는 예시가 게임기의 버튼 수와 마리오이다.
과거에는 마리오가 대시, 점프만 했기 때문에 십자키와 두개의 버튼만이 필요했다. 이후 대시에는 잡기 기능이 추가되었고, 숄더 키가 추가되며 스핀 점프가 추가되었다. 슈퍼 마리오 64에서는 3D화가 되었기 때문에 정밀한 조작이 필요해졌으며 십자키가 아날로그 스틱으로 대체되었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게임이 크게 복잡해졌음을 알 수 있다.
게임이 복잡해지는 원인을 뒤로 하고 몰입 이론을 적용해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은 어려워 졌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게임을 포기하게 된다. 이를 조금이라도 막는 방법 중 하나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사람은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명확히 보이고, 얼마 안남은 목표가 있다면 포기하지 않는다. 게임에서의 이야기는 목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많은 게임이 출시되고, 게임은 복잡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야기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하면 증가하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게임도 더 좋은 이야기를 위해 고민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